앞서 이야기한 부분들을 좀 더 상세히 적어보고자 “모니터링(monitoring)”과 “샘플링(sampling)”이란 용어를 사용해 본다.
모니터링은 배안에서 나오는 순간부터 시작한다. 결혼할 때까지. 모니터링은 감시하는 것이 아니다. 아이들을 정확하게 관찰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것을 말한다. 아이를 꾸준하게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냉정함이 부모에게는 필요한 것이다. 모니터링의 중심에는 아이에 대한 사랑과 기대, 그리고 기다림과 냉정함이 필요하다. 이게 말처럼 쉽지는 않다. 그만큼 부모는 자신이 세상에서 누려야 할 것들을 어느정도 포기해야 한다.
아이의 어쩌다 보이는 단순한 행동을 통해 전체를 잘못 파악하는 실수를 범할 수도 있다. 아니면 중요한 포인트를 찾을 수 있는 자그마한 행동을 놓치고 마는 수도 있다. 24시간 아이들을 감시하라는 것이 아니다. 아이의 전체와 부분을 동시에 볼 수 있는 부모로서의 사랑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자신의 감정을 컨트롤 할 수 있는 의지가 필요하다.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아이를 다그쳐서는 안된다. 객관성이 떨어지는 모니터링은 감시가 되고 속박이 된다.
“너를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항변하는 부모의 행동에서 간혹 자신의 욕심을 채우는 일도 있다. 아이들의 성공을 통해 자신의 욕구를 충족하는 어리석은 부모들도 있다. 그것은 욕심이고 파멸의 길이다. 목표를 높게 세우지 마라는 것은 아니다. 아이의 능력를 객관적으로 평가해서 아이가 학습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다른 아이들이 학원간다고 학원에 무작정 보내서도 안되고, 아이들이 논다고 자신의 아이도 놀게해서는 안된다. 지금 아이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 부모에게 필요한 것이다.
예를 들어 아이의 수학진도가 어디까지 갔느냐?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고1인데 수2를 해야하느냐?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아이가 수1을 풀고 있을 때 제대로 문제를 풀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CCTV를 켜놨다고 범죄를 예방하는 것이 아니다. 꾸준히 모니터를 쳐다보고 있어야 범죄를 예방할 수 있고,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이 진정한 모니터링이다.
샘플링은 올백이야기에서 했지만, 샘플링의 의미는 하나를 통해 전체를 파악하는 능력이다. 다만, 자기중심적인 판단을 해서는 안된다. 한번 전교1등했다고 자신의 아이가 전교1등이라고 생각하는 일은 잘못된 것이다. 특히 상위권에 있는 학생이라면 학교의 성적에 너무 민감해할 필요는 없다. 특히 지방에 있는 일반고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정확하게 자신이 속한 지역에서는 몇 %안에 있고, 또 전국에서는 몇 %안에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자신의 아이가 이번 모의고사에서 0.1%안에 들었다고 하자. 그러면 요즈음 기준으로 고등학교 한 학년당 이과생이 20만명이다. 그러면 200,000×0.1%(1/1,000)=200등이 된다. 0.1% 안에 있으면 전국에서 1등도 될 수 있지만 200등도 될 수 있다. 가능한 낮게 잡기를 바란다. 200등이라고 하자. 그러면 수치상으로는 서울의대는 갈 수 없다. 2013학년도 입시 기준으로 정원이 수시에서 74명(지역균형 27명, 일반전형 47명)이고 정시에서는 22명(일반전형 20명, 특수교육 2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입시는 수치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특히 요즈음 처럼 수시를 많이 뽑는 경우 많은 변수가 생긴다. 수치만으로 따진다면 정시로 서울의대를 가려면 수능에서 0.01%안에 들어와야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울대입시가 입시정원이 문과와 이과를 다 합져 3,150명 가량 뽑는다. 서울대를 가기위해서는 전국에서 몇등을 해야 하는지 쉽게 계산이 되는 셈이다.
굳이 서울대를 기준으로 말하는 이유가 우리 아이를 좀 더 냉정하게 볼 수 있는 능력이 부모에게 있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아내와 저는 늘 그렇게 계산했다. 특히 둘째가 고2때부터 전국등수를 계산할 때고 마찬가지였다. 여기에 단순이 전체성적만 봐서는 안된다. 각 과목별로 우리 아이가 어떤 위치에 있는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언∙수∙외와 과탐(또는 사탐)의 성적이 전국에서 어느정도 되는지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전국에서 어느정도 위치에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객관성을 잃지 않을 수 있다.
모니터링과 샘플링에 대한 이야기는 주로 성적관리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쓰기 시작했다. 어찌 이것을 글자로 다 표현할 수 있으랴? 정말 어려운 이야기이다. 아이에게 성적표를 들고 다그칠 이유는 하나도 없다. 그저 모니터링을 하면서 아이에게 필요한 것들을 부모가 도와주어야 한다. 다그친다고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 단순히 성적을 올리는 것은 위험하다. 그만큼 능력과 실력이 올라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부모들은 늘 적당한 위치에서 떨어져서 아이들을 제대로 볼 수 있어야 한다. 글을 쓰면서도 ‘이거 어려운 이야기인데….’라는 생각이 자꾸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능력을 부모가 길러놓으면 나중에 수능이후에 입시전략을 짤 때도 크게 도움이 된다. 주변의 말에 흔들리지 않고 입시방향을 정할 수 있다. 아이도 입시를 준비하듯 부모도 입시를 준비하는 것이다.
첫째아들의 경우는 고3때 모의고사에서 상당히 답답한 결과들이 나왔다. 지속적으로 관찰을 해가면서 입시의 방향을 정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입시의 방향이나 선택은 모두 아들이 직접 정했다. 둘째는 고2가 되어서 모의고사 성적이 꽤나 좋았다. 언수외만 보자면 정말 좋은 성적이었다. 이때부터 조금은 입시의 방향을 정할 수 있었다. 2학년때 모의고사는 소수점까지 나오는데 3학년때는 그렇지 않아서 조금은 답답하지만 조금만 신경쓰면 전국석차를 유추해 낼 수 있다. 다만, 성적부분에 대하여서는 간혹 아들들과 대화를 나누곤 했다. 대신 다그치지는 않았다.
자녀교육이야기
글을 시작하며
⓪ 머릿말과 목차
제1장 자녀교육의 초보운전자
① 홈스쿨링을 생각했던 적이 있다.
② 교육에 대한 눈높이를 맞추다.
③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④ 일정한 역치를 갖다.
⑤ 아이들의 능력을 관찰하다.
⑥ 우리 아이들은 영재가 아니다.
⑦ 올100을 맞은 적이 없다.
제2장 조금씩 보이지만
⑧ 참고 기다리다.
⑨ 멀리 보고 뛰게 하다.
⑩ 사춘기가 없었던 아이들.
⑪ 과외는 필요악이다.
⑫ 과감한 투자는 확신이 있어야 한다.
⑬ 모니터링과 샘플링
⑭ 책을 읽는 것은 숙제가 아니다.
⑮ 쉼이 필요해. 기계가 아니야.
제3장 자녀를 위해 기도하라
⑯ 아이들의 생각이 더 중요하다.
⑰ 신뢰보다 더 좋은 응원은 없다.
⑱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도 중요하다
⑲ 엄마의 수고가 가장 값지다
⑳ 왜 아쉬움이 없을까
㉑ 부모로서 보여주어야 행동들
㉒ 기도가 필요한 이유
글을 마무리하며